벌초란 무덤의 잡초를 베어서 깨끗하게 손질하는 것을 말함인데,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자손들이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잡초를 베고 말끔히 손질하여 두는 것이다.
벌초를 하지 않으면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자손들의 수치이므로 아무리 바빠도 추석날 전까지는 반드시 산소의 잡초를 베어야 한다.
이 같은 조상의 무덤을 벌초하고 깨끗이 손질함으로서 야기되는 우리의 숭조사상은 고유의 미속이라 하겠다.
추석은 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로서 음력 8월 보름날을 말함인데, 달치 가위·한가위·중추절·가배 등으로 일컫는다.
추석은 일찍 신라의 유리왕 때부터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무려 2천년 가까이 전승되어 오는 최고의 명절인 것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8월 15일을 우리나라 풍속에서 추석 또는 가배(嘉俳)라고 한다. 신라 풍속에서 비롯되었다. 시골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다.
새 곡식이 이미 익고 추수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날 사람들은 닭고기·막걸리 등으로 모든 이웃들과 실컷 먹고 취하여 즐긴다.
경주(慶州)풍속에 신라 유리왕 때 육부(六部)의 중간을 나누어 두 부(部)로 만들고, 왕녀 두 사람으로 각각 한 부 안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편을 갈라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이 큰 부의 뜰에 모여 베를 짜게 하였다.
그리하여 을야(乙夜)가 되어서야 파였다. 이렇게 팔월 보름까지 하여 그간의 성적을 심사하여, 진 편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에 사례했다. 이때 노래와 춤을 추며 온갖 놀이로 즐겼다. 이를「가배」라 하였다.
그리고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되「회소(會蘇) 회소」하니, 그 소리가 매우 애처롭고 처량하여 이를 따라 노래를 지었으므로 이것이 이른바「회소곡」이라 한다. 우리나라 풍속에 지금도 이를 행한다고 하였다. 또한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따르면, 가배(嘉俳)란 명절은 신라에서 비롯되었다. 이 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 날은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벽촌의 가난한 집에서라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추석은 분명히 즐거운 명절의 하나로서 햅쌀로 송편을 빚고 여러 가지 햇과일과 주식(酒食) 등을 차려 놓고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데, 이때는 먼 곳에 나가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숭조사상을 기리며,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한다.
이처럼 추석이야말로 한 여름 땀 흘려 일한 보람을 느끼면서 온 가족이 즐겁게 보낼 뿐만 아니라, 서로 이웃끼리 오가며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특히 이 같은 농부들의 즐거움이야말로 더 이상 비할 데 없는 것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도 이리하여 나온지도 모른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각 교통기관이 붐비고 있음을 볼 때, 역시 2천년 가까이 전통으로 굳어져 내려온 이 추석의 붐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확대되어 갈 것으로 믿는다.
특히 요즘은 추석 다음 날까지 연휴로 지정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백만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하니, 이는 분명히 민족의 대이동을 방불케 하는 대행사이다.
중양절은 옛 명절의 하나로서 음력 9월 9일을 말하는데, 이를 달리 중구절(重九節)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빛이 누런 국화를 따다가 찹쌀떡을 만든다. 방법은 3월 삼짇날의 진달래 떡을 만드는 방법과 같은데 이것을 국화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3월의 진달래 꽃 전과 9월의 국화전은 시식(時食)으로서 미각을 돋구어 주었던 것이다. 옛날은 중양절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酒食)을 마련하여 가지고 야외로 나가 단풍놀이 등으로 하루를 즐겼으며, 사람들은 대부분 시를 지어 읊조리면서 흥취를 돋구었다.
이 같은 습속도 우리들의 주변에서 사라져간지 오래되었지만, 그 대신 요즘은 생활이 향상되고 교통이 발달하여 계절불문하고 수시로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시제는 음력으로 10월 보름날을 전후하여 지내는데, 5대조이상의 조상에 대하여 한 번에 지내고, 그 이하는 사당에서 아니면 가 가정에서 기제사를 지낸다.
시제를 지낼 때는 원근의 후손들이 산소 앞에 모여서 제향을 올리는데, 이때의 제물은 후손들이 해마다 윤번으로 마련하거나. 또는 위토답(位土沓)을 경작하는 집에서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이 시제는 각 가정에 따라 대부분 거행되고 있지만, 옛날에 비해 참가하는 후손들의 수가 줄어가고 있다.
시제 또한 우리의 숭조사상을 기리는 전통적인 민속의 하나이다.
겨우내 먹기 위해 김장철에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김치를 통틀어 김장이라 하는데, 이 김치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담그는 방법과 재료에 의해 그 명칭도 다양하지만, 김치는 주로 배추와 무가 중심이 되며 계절에 따라 종류도 다르다.
깎두기·열무김치·동치미·석박지·백김치·총각김치·채김치·짠지·젖국지·보김치·배추통김치·부추김치·파김치·갓김치·겉절이·오이소박이 등등 실로 많다. 그런데 요즘은 배추김치·깍두기·싱건지(싱건김치)·총각김치 등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재료로는 고춧가루·마늘·생강·파·당근·갓·밤·배·낙지 그리고 각종의 젖갈류와 조미료 및 소금 등이 들어간다.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외에도 많이 재료를 쓰지만, 역시 김치의 종류나 재료는 자기의 형편에 따라 알맞게 담그는 것이 좋다.
김장은 대개 입동(立冬)전후해서 담그는데 요즘은 시골에서도 많이 담그지 않고 수시로 재료를 사다 담아 먹기도 한다.
특히 옛날에는 농가에서의 김장은 반농사(半農事)라 하여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이에 대단한 관심을 쏟았으나, 지금은「비닐 하우스」를 이용하는 채소 재배법과 저장법이 매우 발달하여 수시로 필요한 만큼 김치를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김치 문화는 이제 국제적으로 확산되어 그 진가를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