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하나로서 스물 두 번째에 해당되는데, 양력으로 대설(大雪)뒤의 12월 22∼23일에 온다. 이 때 북반구에서는 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며, 남반구에서는 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한다. 이 날 팥죽을 쑤는데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떡을 만들어, 그 죽 속에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꿀을 타서 시절음식으로 삼아 제사에 쓴다. 그리고 팥죽국물을 문짝에 뿌려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한다. 팥죽을 뿌리는 풍습은 일찍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다.
「형초세시기」에 따르면 공공씨(共工氏)가 재수 없는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귀신이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물리치는 것이라 하였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고 하는 말이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관상감(觀象監)에서는 동짓날 임금님께 달력을 진상한다. 진상 받은 달력을 임금님이 보시기도 하고 각 관청에 나누어주었는데, 이때 달력에「동문지보(同文之寶)」란 어새를 찍었다.
달력에는 황장력(黃粧歷)·백장력(白粧歷)·청장력(靑粧歷)·중력(中歷)·상력(常歷)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다. 지금도 동짓날 시골에서는 팥죽을 쑤어 먹는 가정이 있는데, 이는 축귀보다는 오히려 별미로 쑤어 먹는 가정이 많은 것 같다.
납일이란 납향(臘享)하는 날을 일컬음인데, 이는 당년에 지은 농사의 실태와 그 밖의 일을 여러 신에게 알리는 제사로서 달리 납평제(臘平祭)라고도 한다. 납일은 본래 동지로부터 셋째 술일(戌日)로 하였던 것을, 조선조의 이태조(李太祖)이후부터 동지 뒤의 셋째 미일(未日)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납일에는 엿을 고아 먹기도 하며 청소년들은 참새를 잡으러 이곳 저곳으로 쏘다니기도 한다.
특히 이 날의 참새고기는 진미였고 늙고 병든 사람에게 좋다고 하여 민가에서는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았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참새를 잡아 어린이에게 먹이면 마마를 깨끗이 한다고 하여 항간에서는 이 날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기도 하고 활을 쏘아 잡기도 한다. 또한 납일에 온 눈의 녹은 물은 약용으로 쓰며, 그 물에 물건을 적셔 주면 구더기가 발생치 않는다고 했다.
요즘은 이 같은 내용을 믿는 사람도 없지만 이 같은 풍속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제석이란 섣달 그믐날 밤을 말함인데, 달리 제세(除歲)·제야(除夜)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섣달 그믐날 밤에, 방·마루·부엌 등 집안의 구석구석에 대낮같이 환하게 등잔불을 켜놓고 밤새움을 하는데 이것을 수세(守歲)라 하였다.
이와 같이 밤새도록 집안이 환하게 불을 켜놓는 것은 잡귀(雜鬼)를 막기 위한 것이며, 이 날은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하여 이를 믿고 잠을 자지 않으려고 소설책을 읽거나 윷놀이를 하는 등으로 밤새움을 하였다.
그러나 짓궂은 장난꾸러기들은 잠자는 아이들의 눈썹에 분가루나 밀가루 등을 묻혀 두고 다음날 아침에 거울을 보게 한 다음, 눈썹이 희어졌다고 마구 놀려대면 사실인 줄 알고 아이들은 울기도 하였다. 요즘은 수세도 않거니와 이 같은 내용을 믿는 아이들도 거의 없어진 것 같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옛날에는「연소자들이 친척 어른들을 찾아 방문하는 것을 묵 세배라 한다. 그리하여 이 날은 초저녁부터 밤중까지 길거리의 등불이 줄을 이어 끊어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또한 대궐 안에서는 제석 전날에 대포를 쏘는데 이를 연종포(年終砲)라 한다.
그리고 화전(火煎)을 쏘고 징과 북을 울리는 것은 대나(大儺)의 역질귀신을 쫓는 행사의 남은 제도이다. 또 제석과 설날에 폭죽(爆竹)을 터뜨리는 것은 귀신을 놀라게 하는 제도라 하였다.
또 섣달 그믐날 밤의 자정에는 여러 곳의 절에서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없앤다는 뜻으로 108번의 종을 치니 이를「제석의 종」이라 하였다.
지금은 다른 풍속이 거의 사라졌지만「제야의 종」은 타종되고 있다. 오늘의 제야의 종이 제석의 종에서 유래된 것인지 모르지만, 12월 31일 밤 자정이면 서울 특별시장이 종각에 나와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3번 타종한다.